최은희 《나를 피워내고, 너를 물들이고》

본인은 석사학위 연구에서 추상회화를 이해하는 사고의 과정을 분석하고 논의하였다. 그러면서 물감으로 제작되는 추상회화에서 보여지는 일정한 패턴, 혹은 비규칙적인 패턴으로 시각화 되어진 시각예술품에서 아름다움을 찾기 시작하였고, 나아가 물감이 흐르는 모양과 물감이 겹쳐지는 이미지에서 주제를 찾아왔다. 이후 박사학위 연구를 통해 추상의 비가시적인 대상이 아닌 구상의 가시적인 대상들로 아름다움의 주체를 옮겨왔다. 이는 좀 더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의 이미지가 이해 과정에서 관객에게 좀 더 명확하게 나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시적인 대상들 중에서는 본인의 페르소나로 대체되는 물감튜브, 붓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고 마주했다. 이후 붓과 물감튜브는 본인이 살아가며 깨달은 세상에 대한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총체적 결과물이기도 하다.

〈transition〉 시리즈는, 식물이 잎, 꽃, 열매 등으로 발현해내는 총 천연의 컬러들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어린 시절 받았던 큰 충격적인 기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노란색 해바라기, 보랏빛 코스모스, 붉은색 사루비아처럼 다양한 색 꽃들의 씨앗들이 모두 같은 색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그때의 나는 ‘똑같은 까만 씨앗이지만 뿌리를 내리고 나면 각각의 물감주머니가 생길거야 그래서 각각 다른 색의 식물이 되는 걸꺼야!’ 라고 상상하고 나름대로 이해했다. 그 후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자책 또는 좌절감, 다른 사람들과 비교당하는 것들에 대한 스트레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던 것에 대한 갈증이 ‘내가 가진 까만 씨앗이라도 열심히 키워내서 물감주머니를 만들자’ 라는 생각을 통해 해소되면서 물감튜브는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창구가 되었다

〈transition〉의 아크릴 물감 린넨천을 사용한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수정이 불가하고 캔버스의 전처리 과정을 할 수 없어 번거롭지만, 특유의 따뜻한 색감이 식물을 감싸는 토양처럼 보인다는 장점 때문에 즐겨 사용하고 있다. 또한 스스로 재능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린넨천을 사용하며 느끼게 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나의 작업의 개념과 더욱 잘 맞아떨어진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거친 면 위에 사실적인 묘사를 반복하고, 수정을 할 수 없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린넨천을 사용하고 있다. 

 공생을 위한 배려 또는 조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한 캔버스 안에서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식물을 함께 등장시키고 있다. (혹은 두 세개의 작품이 짝을 지어 다닌다) 이것은 각자 다른 물감튜브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결국 한 사회 안에 공존해야 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물감주머니 간의 화합 및 확장이기도 하다.

–작가노트 중

​                                                                                                    

최 은 희(崔 垠 姬), CHOI EUN HEE  

artistchoi@hanmail.net

·부산예술고등학교 졸업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석사졸업

·동서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 시각디자인 박사졸업

·현 동서대학교 디자인학부 겸임교수

초대 개인전, 그룹전 다수 참여

아트페어 다수 참여

전시 활동(최근 3년)

개인전

단체전

- 단체전 한국디자인 학회 봄 –국제초대전 (서울) 20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