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아있는 것에 대한 비망록》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APCE는 다가오는 8월, 상환 작가의 열한 번째 개인전 《닿아있는 것에 대한 비망록》을 소개한다. 상환은 고요한 일상 속에서 수집한 장면과 감정들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고, 이를 다시 회화와 조각으로 재해석한다. 수집과 기록에서 파생된 작업은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존재 이유를 찾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상환의 작업은 반려묘 산토를 통해 일상 속 소중한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이러한 동기는 작업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나는데, 작가 자신으로 보이는 한 남성과 고양이 한 마리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작가의 회화 작품은 언뜻 보면 평화로운 일상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하고 기하학적 형태로 묘사되어 대상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배경에 반복된 강렬한 색채의 비구상적 이미지는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이는 평화로운 삶에 내재된 불안과 위태로움, 존재의 유한함에 대한 두려움 등 포괄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니멀리즘이 그러하듯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한 순수한 형태는 이목을 사로잡는 동시에, 작품에 내포된 의미를 찾게 만든다.
상환은 회화적 표현으로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조각 작업을 병행한다. 흙으로 추상 형태의 덩어리를 빚고 덧붙여 말린 후, 이를 다시 깎아내는 반복적 창작 행위는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조각을 만드는 것을 넘어, 수행적 가치를 지닌다. 오랜 기간 물에 침식된 돌이 성숙과 완성을 상징하듯, 상환의 입체 작품도 비슷한 맥락으로 다가온다. 수많은 생채기와 마모의 흔적은 작업을 통해 단단하고 성숙해져가는 작가의 삶을 반영한다.
《닿아있는 것에 대한 비망록》展은 상환의 “일기장이자, 삶의 비망록 중 한 챕터”로서, 작업이 단순한 창작의 도구를 넘어 작가의 존재 이유를 탐구하는 방법임을 보여준다. 이는 예술의 본질과 우리 삶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게 하며, 일상과 예술, 존재와 기억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노트
추상형태의 덩어리의 ‘chunk’ 를 흙으로 빚어내고 말린 후 다시 깍아내는 수행적 행위와 일상의 여러 모습과 그 안의 감정들을 사진과 글로 담아 다시 회화로 재해석하기 시작한 것은 반려묘 산토를 통해 깨우치게 된, 나의 일상 속에 머물러 있는 가치있는 존재들을 상실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에서부터였다. 다만 그러한 행위가 미술을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하는가, 그것에 대한 질문은 길을 잃은 어린 양처럼 그저 떠돌뿐이었다.
수집과 기록, 재탄생의 반복행위에 그저 머물러 있었던 나는 고요한 일상을 끊임없이 수집하고 그 자료들을 새로운 시각적 도상으로 재해석하여 작품으로 기록하는 것이 단순한 반복행위가 아닌, 어쩌면 이를 통해 이 시대의 사회를 살아내고 있는 나의 존재 이유를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아무런 치장없이 오롯이 나 일 수 있는 방법은 미술뿐이라는 것까지.
이번 개인전 《닿아있는 것에 대한 비망록》은 고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장면과 감정들을 기록하고 형상화 하는 과정을 담는다. 평화로운 일상에 혼재되어있는 삶에 대한 불안과 위태로움, 존재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을 미적이고 아름다운 도상으로 끊임없이 담아내는, 그 순간만큼은 흔들림 없이 확고한 창작의 영역 속에서 벌이는 사투를 담은 나의 일기장, 내 삶의 비망록 중 한 챕터이다.
상환 Sanghwan
2019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석사 졸업
2017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학사 졸업
수상 및 경력
2017 좋은데이 미술대전, 입선
2017 부산 미술대전, 입선
2013 송도 바다 미술제, 특선
레지던시
2019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 세라믹 창작센터
주요 개인전
2022 나를 위하는 너를 위해, 네가 위하는 나를 위해, 신세계갤러리
2022 Rise, 로이갤러리
2022 Equal, 뮤지엄 원 스토리지 2.0
2022 Ma calm dawn, 굿굿웨더
주요 단체전
2024 Cat paradise, 퍼블릭갤러리
2024 네 발자국, Gallery 604
2024 청년미술상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23 Under39, 센텀 신세계백화점 중앙광장
2023 작가의방2, 사상인디스테이션
2023 금빛 7인의 예술가, 금샘미술관
2023 Notice, KT&G 상상마당 부산
2023 가려진 시선, 뮤지엄 원
제목입니다
Love beyond necessity, 180x100cm, gouache on linen, 2024
Play time, 180x180cm, gouache on linen, 2024
모두를 품고 싶은 욕심, 230x52cm, gouache on linen, 2024
닿아있는 것들, installation within, 3m, Black clay, 2024
US!, 18x18x62cm, ceramic, 2024
my all, 13x13x42cm, ceramic,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