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문
나에게, 복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일 년 중 한번, 유독 말의 껍질이 둥둥 떠다니는 때가 있다. 진심의 첨가량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수의 언어에 묻혀갈 때 비로소 보편적 인간이 된다. 복을 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행위다.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복을 빌 수 있을까? 그렇기 위해서는 마음과 시간을 들여 타인을 들여다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기적인 마음은 자꾸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류부경 작가는 복주머니를 그린다. 매끄러운 비단결의 묘사와 다채로운 색상의 조화는 경쾌한 인상을 가져다준다. 작업의 시작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신 복주머니는 위로와 영감을 주는 작가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어머니의 행위를 이어받아 직접 복주머니를 만드는 것은 류부경의 특징적인 작업 방식으로, 제작한 실물을 토대로 평면으로 옮기는 것이다. 기성품이 가질 수 없는 독창성을 생생히 구현하기 위해 비단을 직접 고르고 바느질하며 원형을 이루는 것으로, 바느질은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행위이다. ‘바늘과 실은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며 가장 본인다운 것’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바느질이 한지와의 접목으로 재료의 가능성을 넓혀나가는 것은, 자아를 확장하는 시도이다.
화면의 구성에서 다양한 사물의 조합은 구조적으로 자리하는데, 수직으로 쌓인 복주머니와 사물들, 수평으로 중심을 잡고 있는 비녀는 투시가 통일되지 않고 묘하게 왜곡되어 있다. 직접 제작한 복주머니는 평면으로 들어와 지극히 조형적 역할로써 배치된다. ⟨balance⟩ 시리즈는 사물이 위태롭게 세워진 동시에 안정적으로 캔버스의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이때 허구적 시점과 조형성은 인간이 완벽하지 않지만, 튀어나온 부분을 다듬고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며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지속한다고 말한다. 평면 위 끊임없는 균형잡기는 작가가 현실과 이상을 맞추어 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작업의 관점이 그리는 대상에서 사용하는 매체로 이동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작업의 기본인 바느질이라는 행위로 가능했다. 가장 나다운 바느질에 집중함으로 자신의 창작에 확신을 얻고, 작업은 묘사에서 놀이가 되었다.
작가는 복의 아이러니를 숨기지 않는다. ⟨nobility⟩에서는 비단 파우치에 뿜어져 나오는 기품 있는 진주와 금 거북이, 화려한 비녀의 조합은 한층 과장된 이미지를 전면에 드러낸다. 이러한 설정은 복을 인간의 힘에서 초월한 어떤 것에서 개인의 욕망을 드러내는 이미지로 치환한다.
복주머니를 건네받는 대상은 어머니-딸에서 작가-관람객으로 이동되었다. 복에서 노동과 수행은 간절함이자 대상에 대한 애정이다. 그리고 류부경에게는 치유의 과정이다. 맑은 날과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뜻의 전시명 《건양다경 (建陽多慶)》은 작업 시리즈와 작가의 생각을 함축한다. 전시는 일차적으로 시각적 메시지가 발화되기 이전에, 작업의 과정과 행위 자체에서 진정한 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진심으로 작가는 복을 빈다. 타인의 복이자 자신의 복을.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
작가소개
류부경 Ryu BuKyoung
Email _ rkyung0118@naver.com
Insta _ yubu317
초대 개인전
Solo exhibition, France nomade gallery
외 9회(서울, 부산, 대구, 울산, 천안)
단체전
대한민국선정작가전, 경희궁 미술관
알파선정작가전, 서울미술관
외 70여회
국내외 아트페어
서울아트쇼, PlAS 조형아트페어, BAMA 부산화랑아트페어, 부산 아트쇼, BANK 아트페어, PLAS HOTEL ART SHOW, 인천 아시아 아트쇼, 더 코르소 아트쇼, 울산아트페어, 경주아트페어, 블루아트페어 부산/대구, 인천 오크프리미어 호텔 아트쇼, 대구 아트페어, GRAND 아트페어, 위드아트페어 송도, BIAF Busan International art fair,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 AAF 어포터블 아트페어 SEOUL, 대구아트페스티벌, 아시아 컨템퍼러리 아트쇼 홍콩, BANK 아트페어 싱가폴, World Art Dubai Trade center, 상해 아트페어, 파키스탄 한국작가 초대전, Art Shopping Carrrousel du louvre France
레지던시
2024 Nomade 레지던지, 프랑스
2021 – 2023 반딧불이, 부산문화재단
작가노트
형형색색 비단의 주름을 따라 지는 음영은 내 마음을 더 윤기 나고 빛나게 비춘다. 무료했던 작업 일상 중에, 친정엄마가 손수 만들어 주신 복주머니는 나에게 따뜻한 온기로 다가왔다. 그 감정이 내게 창작의 영감을 주며, 복주머니를 직접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시장에서 비단을 고르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며 예전 어머니들이 자식교육과 생계를 꾸리기 위해 했던 손바느질이 단순한 행위가 아님을 느꼈다. 부드러운 비단의 촉감과 차갑고 뾰족한 바느질의 긴장을 느끼는 시간은 창작자로서 영감을 갖는 순간들이며 화폭으로 이어지기 전 혼을 불어넣는 중요한 의식의 과정이다.
바느질 과정을 거친 후 완성된 복주머니와 독대하듯 바라보며 조형미에 더 집중해 본다. 피상적 이미지 너머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기 위해 사물을 재구성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나의 정서와 삶의 철학의 퍼즐을 맞추어 간다. 비녀를 꽂은 복주머니가 그 산물이다.
비녀는 차가운 금속이며 비단은 부드럽고 따뜻한 천이다. 다른 본질을 가진 두 물체가 만남으로 융합되고 새로운 의미와 서사가 된다. 수직 수평의 구도는 긴장감과 안정감이 공존하며 균형을 이룬다. 나의 작업 세계관은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 필연이 되어가는 여정 속에서 서로 융합되고 균형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제목입니다
⟨existence⟩, oil on canvas, 53x45.5cm, 2024
⟨existence⟩, oil on canvas, 53x45.5cm, 2024
⟨bok jumeoni⟩, oil on canvas, 31.8x31.8cm,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