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 업데이트
‘인류세 Anthropocene’가 인간중심적 사고 방식을 고수한다는 입장에도 지금 상황의 여러 지점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유용한 측면이 있다. 인류가 지구의 기후와 생태에 영향을 주어 만들어지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일컫는 개념은 2000년에 본격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은 과거와 달리 기후 안정성을 기대할 수 없으며, 갑작스러운 팬데믹을 겪은 인류는 더욱이 예측 불가능성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사회문화적, 환경적 여파는 곧이어 인류세의 개념을 뒷받침하는데 일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시를 기점으로 우리의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고 인식 체계는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작가 김시흔은 디지털 합성 공간에서 ‘타자화된 몸’을 통해 인간 실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 발단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 시스템의 변화였다. 사람 간의 만남이 제한되고 온라인 공간만이 유일한 연결이었던 상황은 물리적 공간에서 존재하는 신체성, 감각이 무효한 디지털에 존재하며 관계하는 자아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일으켰고 이는 ‘타자화된 몸’으로 발현되었다. 현존함에도 무용한 신체의 감각은 시대의 통제에 맞추어 디지털 방식에 그 체계를 맞추어야만 했다. 그렇게 스며들어 이내 디지털 상에 떠도는 형체는 개인에게서 떨어져 나간 자아의 부분으로서 현실의 빈 구석에는 무력함만을 남겨두고 떠난 것처럼 보인다.
전시작은 부산 을숙도의 생태학적 리서치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대부분의 작업에서 특정 장소를 기반으로 하거나 디지털 공간에서 생태계 구조가 구체화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실재하는 장소에 가상의 레이어를 더하는 작가적 개입은 현실과 가상의 흐릿한 상태를 만들어낸다. 이곳은 가상의 존재들이 함께 등장한다. 낯익은 존재들에 가해진 미묘한 다차원적 변형은 익숙함에 작은 생채기를 낸다. 한편으로는 물리적 장소성과 가상의 공간성을 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현실의 신체와 디지털 상의 자아가 명확히 구분되지 못하는 상태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작가는 각 레이어를 겹치거나 펼치는 방법론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 물리적 장소와 디지털 공간과 영향을 주고받는 인간의 필연적 관계성을 되려 객체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가상과 현실은 계속해서 경계를 은밀히 흐려간다. 디지털 공간의 자아가 현실의 확장으로서 역할을 할지 매몰된 채 무력함을 강하게 할지는 단언할 수 없다.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정의는 더욱 깊이 논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겪었던 시간으로부터 시작된 질문은 이미 떠올랐고 앞으로 떠오를 것임에.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자. 우리는 연약하고 유한한 인류를 경험했고, 현실에서 나아가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며 가상의 공간을 구축해 내고 있다. 시간의 흐름은 기술 발전에 가속화를 부를 것이고 그에 파생된 다양한 질문과 감각의 요구가 떠오를 것이다. 우리는 그 질문들이 멀리 날아가지않게 붙잡아둘 필요가 있다.
학 력
2019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Art and Technology 석사 졸업
전 시
개인전
2023 <합성된 실재: 접촉지대>, 현대미술회관, 부산
2022 프로젝트 <불확정성 형태 – 합성된 실재>,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2021 <불확정성 형태>, 예술지구_p, 부산
주요 그룹전
2023 <Living Scene>, 사랑농장, 부산
2023 <따뜻한 순간들>, 갤러리예문, 부산
2023 <Ritual>, 동남아트센터, 창원
2023 <‽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서)>,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그 외 다수
작품 세계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한 타자 사이의 물리적, 가상적, 생태학적 얽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 실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세계를 디지털화된 데이터로 분류하고 파편화하는 현대 사회 시스템 속 개인이 스스로를 타자화시키며 자신의 무력감을 마주하는 과정 속에서
비인간 타자의 영역과 접촉하게 되는 현상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다. 인간과 비인간 존재자들 간의 생태학적 얽힘 관계가 드러나는 장소, 시간, 사건들을 리서치하고
친밀감과 경계성의 모호한 긴장감이 드러나는 가상의 디지털 공간을 제작하고 이들의 관계성에 대하여 관찰한다.
실제의 장소와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일상성과 기이함이 혼재하는 Synthetic(합성의) 디지털 공간 속에서
불확정적인 개인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장소성을 형성하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를 영상과 VR 작업으로 시각화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불확정적인 존재로서 소외되는 개인의 신체성에 대하여 타자화된 몸으로서 조형화하고 3D 디지털 작업과 3D printing 기술을 통하여 탐구한다.
제목입니다
ⓒ김시흔, 너의 시간_Part 1, 싱글채널비디오, FHD, 6분 3초, 2023
ⓒ김시흔, Sympoietic Mind, 싱글채널비디오, 4K, 12분, 2023
ⓒ김시흔, 조각난 형태_006-1, 3D print, 24cm x 47cm x 44cm,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