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안展 《서신 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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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안展 《서신 교환》

전시 기간
2023/08/03 - 2023/08/27

  닿을 수 없는 편지

 

이성복 작가의 시 「편지」에는 자신이 편지를 쓸 때, 느껴졌던 부끄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편지는 말할 수 없던 이야기를 단어를 빌어 속삭이는 일이다

이는 마치 비밀 일기장의 내용처럼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속 이야기를 담은 판도라 상자일지 모른다. 이번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에서는 조시안 작가의 그 판도라 상자를 열어본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써준  편지에 대한 작가의 뒤늦은 회답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릴 것이다.

 

패브릭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한 추상적인 이미지는 아버지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요양원에서 지내며 매일 딸에게 편지를 썼다고 했다

그 편지의 내용은 대부분 단순하다. 일상 공유다. 이렇게 딸에게 일상을 나누며 무료한 일과에 조약돌을 던지듯,  이 지루함을 달랬던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를 살피지 못 한 미안함으로 외면되기만 했던 이 편지들은 끝내 답을 받지 못했다. 그가 돌아가신 이 시점에서야 답장을 하게 된 이유는 부담되기만 했던 편지 내용들이 

비로소 아버지의 뜻깊은 메시지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가 더욱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 단어에서 시작된 작가의 작업이 문장으로 확장된 것이다

   작가에게 단어는 형태는 같지만, 쓰는 사람에 따라 함축되는 의미가 달라지는 또 다른 추상화 작품이다

  모양도, 구성도 같은 편지가 시시각각 다르게 해석되었던 것과 같이 단어는 쓰는 이, 읽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르게 번역될 수 있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은 바라보는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으로 완성된다편지가 그 사람에게 제시간, 제 감정을 온전히 전달되었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지나간감정을 담고 있음에도, ‘지금열어본 이 편지는 그 감정 그대로 현재와 맞닿아 있다

  당시, 깨닫지 못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뒤늦게라도 뉘우칠 수 있었던 조시안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편지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착신자 없이 시작된 조시안의 《서신 교환》도 관객이 남기는 해석들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



작가노트

  나의 아빠는 생전에 나에게 많은 편지를 썼다. 나는 그 편지에 단 한 번의 답장을 쓰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아빠의 일기 형식의 그 편지들은 나에게 묘한 죄책감을 안겨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아빠는 요양 병원 안에서 편지를 썼다. 그의 무료한 일상 공유는 그 시절의 나에게는 너무 버거운 소식이었고, 나는 의도적인 무심함으로 대처했다. 편지에는 아빠의 과거였을지, 사람이었을지, 앞으로의 기대였을지 그것들을 기다리는 마음, 참회하는 마음, 그리운 마음이 매일 팡팡 털어 잘 정돈해놓은 이부자리같이 종이에 가득 포개어져 있다.

나는 아빠가 없는 자리에서 이제서야 또렷하게 글을 본다. 편지 안에 꽁꽁 숨겨진 그의 시간과 얽히고설킨 그의 마음을 현재의 내가 나릿나릿 뜯어본다. 마치 그림을 보듯이 본다.


 
나는 지난 전시 'WORDS;_단어들'에서 단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WORDS;_단어들' 은 모든 이들이 쓰는 단어의 모양은 같으나 그 안에 뜻이 해석되는 정의가 다르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경험의 간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의 자전적인 조형적 언어를 연구해 나가보며 단어에 담긴 각 개인이 지닌 다양성을 말하고자 한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도 '서신 교환'을 통하여 조형적 언어의 연구를 단어에서 문장으로 그 범위를 넓혀 나가보고자 한다. 문장 뒤에 숨겨진 여러 가지의 상황들, 마음들은 단순히 문장 그 자체만으로는 해석되기가 어렵다. 그 오묘하고도 정확하게 읽을 수 없는 부분마저도 담아 나는 아빠에게 답장을 쓴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표현이 그나마 흡사하게 구사될 수 있는 나의 조형 언어를 통하여 나는 아버지와의 비교적 늦은 서신 교환을 한다.

 

조시안


조시안 CHO Cyan

 

학력

2016.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 졸업

 

전시

 

개인전

2023. 《서신교환》,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 부산   

2022. WORDS;_단어들》, SCRAB BUSAN, 부산

2021. Words;, 굿굿웨더, 부산

2020. Dear My Friends, Gallery Wall, 울산

 

 

단체전

2023. 《불완전한 언어》, AWSOME Gallery, 부산

2021. 10년을 기억하고, 100년을 상상하다》, KT&G 상상마당 갤러리, 서울/춘천/부산

What is your favorite cabinet?, 캐비넷클럽, 부산/서울

2019. 《바다미술제:움직이는 조각공원》, 다대포해수욕장, 부산

2018. 《서대문 아트페어》, 서대문여관, 서울

2017. 《쪼물쪼물레시피》, 예술지구p,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