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톤 회상을 그리다.
가끔 우리는 왜곡된 기억으로 사실과는 좀 다른 추억을 간직하기도 한다. 이때 추억은 마치 색 바랜 옛 필름 사진처럼 원래의 모습보다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색감으로 장식된다. 이번 전시 《나의 도시, 나의 풍경》은 이러한 추억에서 시작된 이상적 풍경들을 담아낸 양서윤의 회상으로 가득 차 있다. 작품은 7월 어느 따뜻한 여름날 부산의 곳곳을 다니며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풍경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작가의 작품은 일상의 기록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상에서 누리는 모든 시공간은 양서윤의 작품에 지표가 되어 파스텔 톤 풍경으로 구현된다. 특히, 자연 광경을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많은 색조 중 파스텔 톤일까? 모든 작업은 그가 기억하는 모습에서 시작되는데, 회상하는 풍경과 현실 공간의 모습은 다소 달랐던 것이다. 따라서, 이 다른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하는 색이 파스텔 톤이었기 때문에 작가는 파스텔의 색조를 택했다. 그에게 추억은 항상 현실감이 떨어지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미화되어 남아있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렇게 현실에서 멀어져 흐릿하게 기억되는 모습을 표현하다 보면 파스텔 톤의 추상적 공간이 완성되는 것이다. 현실 공간을 확장해 추상적인 형태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꿈을 꾸듯,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유다.
더욱 매력적인 점은 한국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서양화와 같은 서정적인 느낌이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한국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예를 들어, 짙은 먹을 쓰고, 장지 위에 번지는 듯 투명하게 채색하는 화풍과는 조금 다르다. 분채의 특성을 살려 표현한 화려하면서 농도 깊은 색감은 한국화의 재료라는 것을 잠시 망각한 채 빠져들게 한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한국화의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주안점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풍경을 넘어서 꿈에서도 본 듯한 자취는 우리를 둘러싸는 자연 광경에 대한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양서윤이 만든 관념적인 공간을 빌어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볼 기회다. 바쁜 하루 일과로 간과하며 지내던 주변 도시 풍경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며,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찾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
나의 도시, 나의 풍경
평소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순간을 파스텔 톤의 물감으로 종이 위에 담아두고 있다. 일상의 장면을 그린다는 의미 보다는, 그 공간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려 재가공한 또다른 풍경을 색으로 구성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풍경을 색으로 담아둔다고 표현하고 싶다.
나의 삶에 들어와있는 도시의 장면을 하나씩 채워가는 작업은 일기와 같다. 자주 가는 카페나 나들이 장소와 같은 흔한 공간들을 내 기억 속에서 하나씩 꺼내어 색을 입힌다. 그 때의 그 장소에서 있었던 기억을 꺼내 필터를 입힌 듯 새롭게 칠한다. 파스텔 톤의 바래진 색은 현실에 있었던 공간을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하나의 색 덩어리로 구획된 풍경은 색면과 색면 사이에 정서적으로 빈 공간을 만들어 준다.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도시를 즐겨본다. 도시 풍경은 어디에나 있지만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산과 강, 바다가 모두 혼재하고 있는 복잡한 도시다. 복잡한 빌딩 숲 에 푸르른 바다와 산이 둘러싸고 있다. 산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어지러이 연결되어있고 강변길을 따라가면 금세 바다가 펼쳐진다. 오르막을 깎아 만든 건물과 바닷가를 따라 지어진 산책로를 일상처럼 다니는 부산이 누군가에게는 여행지로 남을 수 있다.
일상과 여행의 공간이 섞여있는 부산의 풍경을 파스텔 톤의 색면으로 담아 보았다. 나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낯선 여행자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양서윤
양서윤 YANG Seo Yoon
학력
2015. 부산대학교 일반대학원 한국화 전공 석사
2008.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 졸업
전시
개인전
2022. 《Soft Beach:Scene of Memory》, 카페 뉴포트, 부산
《Soft City》, 부산 경찰청 로비, 부산
2016. 《벽촌아트갤러리 청년작가 초대전 COLORED SCENERY》, 벽촌아트갤러리, 부산
2015. 《소소한 풍경》, 갤러리카페 커피이야기, 창원
《석사학위청구전》, 부산대 아트센터, 부산
단체전
2023. 《지역 감성 청년작가 교류전 2부》, 인사이트센터 4층 부산갤러리, 서울
2022. 《부산미술제》, 벡스코 2전시실, 부산
《부산미술로 꿈을 꾸게하다!》, 금련산역 갤러리, 부산
《스물세번째 부산대동문 불휘展 뿌리깊은 나무》, 부산대아트센터, 부산
2018. 《CGV x ARTISTY Exhibition #3 THE MOMENT》, CINE de CHEF & La Maison, 부산
2016. 《스물 두번째 부산대동문 불휘展 7월의 인사》, 부산대아트센터, 부산
2015. 《제 1회 새벽벌展 부산대미술학과 동문전》, 부산시청 2,3 전시실, 부산
2014. 《제 22회 부산한국화전》, 부산시청 2,3 전시실, 부산
《스물한번째 부산대동문 불휘展 「이심전심」》, 금정문화회관, 부산
《부산청년작가전-부산 미술로 꿈꾸게 하다》, 부산문화회관, 부산
《광화문 국제아트페스티벌 [연속과 불연속]》, 세종문화회관 전시관, 서울
2013. 《부산 국제환경예술제 BIEAF-2013 11th ‘한국화 자연을 만나다’》, 을숙도 문화회관, 부산
《스무번째 부산대동문 불휘展 「공감」》, 효원아트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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