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렬은 매일 그림을 그린다. 그는 마주한 화폭에서 자신의 내면과 지나온 삶을 가만히 반추한다.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80년이 넘는 생애의 찰나를 기록하는 것이자, 내면을 붓끝으로 꽃처럼 피워내는 일이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익숙한 소재로 수채화를 그려왔다. 그러나 김성렬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유화로 착각할 만큼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선과 색들은 추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그의 긴 생애 가운데 기억으로 남은 대상들을 그림으로 다시 불러오기도 한다.
김성렬은 지난 전시에 86해의 삶을 변주하는 그림을 발표했으며, “현재를 살라”라는 말을 작가 노트에 남겼다. 그런 그가 이번 전시에서는 삶을 기록하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 친숙한 재료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는 그는 과거의 풍경을 들여다볼 뿐만 아니라, 그것을 변주하며 찰나의 합으로 이루어진 삶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매일 집중해 그림을 그리는 반복적인 행위는 어쩌면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찬란한 삶을 새롭게 피워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매일 새로운 순간들을 내면의 눈으로 바라보며 기록하는 그의 그림 세계가 마치 다가오는 봄처럼 매번 기대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부산프랑스문화원 ART SPACE
작가노트
매일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삶의 찰나를 돌아보며 그림으로 그려 기록함이다.
화첩 앞에 앉아 물끄러미 내 속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무심無心을 헤치고 오롯하게 꽃 하나 떠오르고
그 꽃으로 붓을 삼아 내 찰나의 풍경을 그린다
날마다 나를 돌아보니
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그림으로 남고
다시
내 팔십일곱 해 삶을 봄으로 기록하리라.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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